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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2. 09:09


나는 물을 보고 있다.
물은 아름답게 흘러간다.
흙 속에서 스며나와 흙 위에 흐르는 물,  그러나 흙물은 아니요 정한 유리그릇에 담긴 진공 같은 물, 그런 물이 풀잎을 스치며 조각돌에 잔물결을 일으키며 푸른 하늘 아래에 즐겁게 노래하며 흘러가고 있다.
물은 아름답다. 흐르는 모양, 흐르는 소리도 아름답거니와 생각하면 이의 맑은 덕, 남의 더러움을 씻어는 줄지언정, 남을 더럽힐 줄 모르는 어진 덕이 이에게 있는 것이다. 이를 대할 때 얼마나 마음을 맑힐 수 있고 이를 사괴일 때 얼마나 몸을 깨끗이 할 수 있는 것인가!
물을 보면 즐겁기도 하다. 이에겐 언제든지 커다란 즐거움이 있다. 여울을 만나 노래할 수 있는 것만 이의 즐거움은 아니다. 산과 산으로 가로막되 덤비는 일없이 고요한 그대로 고이고 고이어 나중날 넘쳐 흘러가는 그 유유무언의 낙관,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독에 퍼 넣으면 독 속에서, 땅 속 좁은 철관에 몰아놓으면 몰아넣는 그대로 능인자안한다.
물은 성스럽다. 무심히 흐르되 어별이 이의 품에 살고 논, 밭, 과수원이 이 무심한 이로 인해 윤택하다.
물의 덕을 힘입지 않는 생물이 무엇인가!
아름다운 물, 기쁜 물, 고마운 물, 지자 노자는 일즉 상선약수라 하였다.

<이태준, 무서록, 범우사>

수상록(隨想錄),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 등 수필을 지칭하는 여러 가지 말이 있습니다만, 무서록(無序錄)만큼 그 의미가 잘 와닿는 말도 없습니다. 오늘 날 잘 쓰이지 않는 문장과 단어들의 의미를 쫓다보면 어느새 수 십년전의 일상이 눈에 선해지는듯 합니다.

...장마철입니다. 모두들 물 조심하세요. 깊은 물에 몸을 담그면 헤어나기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