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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3. 15:57

어머니 가슴에도 아직 묻지 못한 군의문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25166.html

 

[한겨레시사다큐 ‘한큐’] ⑨

250여 건 의문 ‘냉동’, 부모들 “진실만이라도…”

규명위, 논란 끝에 1년 연장안 상임 소위 통과

 

 
 
“지금 와서 가해자가 나타난다고 해도 그 사람을 꾸짖고 싶지 않아요. 다만 진실만을 밝혀 달라는 것이죠.”
 
김운자(61)씨는 6년 전 군에서 숨진 막내아들을 아직 가슴에도 묻지 못했다. 2002년 10월21일 오전 7시. 아침 일찍 아들 곽효철(당시 20살) 상병이 근무하던 부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휴가를 나와 부대로 복귀한 지 열흘만이었다. 수화기 너머 부대 관계자는 “효철이가 30분 전 K2 소총으로 자살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놀라 그대로 기절했다.
 
아들의 자살 소식보다 더 믿을 수 없는 것은 자살한 이유였다. 군 관계자의 설명은 ‘여자친구를 짝사랑했다는 것’인데, 그것도 ‘추측’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유서도 나오지 않았다. 연애문제로 자살했다는 정황을 뒷받침할만한 뚜렷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빼면 모든 것이 의혹투성이였다.
 
김씨는 2002년 10월 부대에 복귀하기 며칠 전 곽 상병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보여줬다. 김씨가 매만지는 곽 상병의 얼굴은 해맑은 표정으로 여전히 웃고 있었다. “성격이 밝고 낙천적이에요. 휴가 나왔을 때도 ‘아무 문제없다’고 그랬는데 갑자기 자살이라니…” 김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가 아들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은 그렇게 6년이 흘렀다.
 
 

» 김운자(61)씨가 아들의 영정 사진을 붙들고 국회 앞 보도블럭에 주저 앉아 있다. 군의문사 장병 유가족들은 지난 11월 20일 국회 앞에서 합동 추모제를 열었다. 영상화면 캡처. 한큐 박수진 피디

 

# 군 병원 냉동고에 누워있는 30구의 주검

 

조정애(62)씨는 1991년 가을의 악몽 같은 기억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 두 달 뒤면 군에 간 아들 오상연(당시 21살)씨를 품에 안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해 10월15일 저녁 7시, 아들의 부대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청천벽력이었다. 부대 관계자는 “상연이가 탈영해 도망치다 물에 빠져 숨졌다”고 말했다. 전역을 겨우 두 달 앞두고, 탈영을 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조씨는 끈질기게 아들이 죽은 이유를 찾으려고 군 부대 근처를 서성거렸다. 그리고, 오씨가 숨진 당일 선임병에게 심한 구타를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조씨는 아직까지 ‘타살’ 당한 아들을 군에서 ‘자살’로 위장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씨와 조씨의 아들처럼 군에서 의문사한 30구의 주검이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죽음의 이유가 밝혀지기를 기다리며 차디찬 군 병원 냉동고에 누워있다. 자식들의 억울한 죽음에 부모들은 어디에도 묻지 못하고 있다.

 

 

» 군의문사위원회에 접수된 의문사 진정 건수 및 처리 내용. 2008년 10월까지의 통계 기준. 한큐 박수진 피디.

 

# 아직도 밝혀지지 못한 250건의 군의문사

 

군의문사 유가족들은 그동안 군과 정부에 죽음의 진상을 밝혀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유가족들의 끈질긴 싸움으로 2005년 ‘군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이 법에 따라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군의문사위)가 말 없는 죽음들을 대신해 사건의 진상을 하나씩 밝혀 나갔다.

 

지난 2006년 1월 출범한 군의문사위에 접수된 사건은 2008년 11월 현재까지 모두 600여 건이었다. 이 가운데 353건을 종결처리했는데, 사망 당시 자살로 처리됐으나 구타 등의 다른 이유로 ‘타살’돼 진실이 규명된 사건이 무려 121건에 이른다. 이런 성과에도 군 의문사위는 여전히 250건의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법을 만들 당시만 해도 조사 대상 사건이 250~300여 건으로 추정하고, 활동기한 3년 안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 군의문사위 활동기한 만료를 놓고 벌어진 논란

 

그러나 올해 말로 군의문사위는 3년의 활동 기한이 끝난다. 정치권에선 군의문사위 통폐합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뉴라이트 출신인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11월20일 정부 안에 설치한 14개 과거사위원회를 통폐합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법안에는 군의문사위를 올해 말로 폐지하고, 진실화해위원회로 통폐합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신 의원은 “군의문사위를 2년 연장하면 예산 120억원이 추가로 들고, 또 미결 사건은 진실화해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로 이관해 기능을 수행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군 의문사 유가족들은 “군에서 죽은 것도 억울한데, 그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일마저 가로 막으려 한다”며 반발했다. 유가족들은 신 의원실로 찾아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추운 날씨에 국회 앞 1인 시위와 군의문사 합동 추모제를 열기도 했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군의문사위원회의 활동시한을 2년 연장’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안 의원은 “유가족들이 아직도 저렇게 아파하고 있는데 조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위원회를 폐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 군의문사 장병 유가족들은 11월 20일 국회 앞에 모여, 정치권 일각에서 ‘군의문사위원회’ 활동을 올해 말로 종료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눈물로 항의했다. 촬영화면 캡처. 한큐 박수진 피디

 

# 뉴라이트 출신 신지호 의원 정치적 의도 의심

 

과거사 관련 전문가들은 신 의원의 주장과 관련해 “효율성과 당위성 면에서 모두 잘못됐다”며 반박하고 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출신인 신 의원의 이력과 법안 발의가 무관하지 않다”며 정치적 의혹을 제기했다. 한 교수는 “뉴라이트의 등장이 참여정부의 과거사 정리 시도를 막으려는 배경에서 시작됐다”며 “군대에 가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고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는 작업에 진보와 보수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통폐합의 예산절감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군의문사위 업무를 진실화해위로 이관하더라도 최소한 소위원회에 상임위원 1명과 비상임위원 4명을 포함해 5명 정도의 인력을 운영해야 한다. 현재 군의문사도 7명의 위원을 두고 있어 인력을 줄여 예산을 아낄 수 있는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재승 건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하는 일을 줄이겠다는 것이지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채은아 군의문사위 홍보협력담당관은 “업무가 진실화해위로 이관되면 새로운 사람들이 예전 사건을 다시 검토하고 조사 방법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것만한 비효율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군의문사 업무의 이관 대상으로 거론되는 진실화해위의 입장은 어떨까? 안병욱 위원장은 “군의문사를 지금까지 조사해왔던 수준에 맞춰 조사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며 “군의문사위 통폐합 방안은 어떤 방법으로 설명을 하더라도 합리적인 대안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 1년 연장 법안 국방위 법안소위 통과했지만…

 

유가족과 전문가, 야당의 반대가 거세지자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1일 군의문사위의 활동기한을 1년으로 연장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실제 효력을 내려면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12월9일까지 국방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해야 한다. 신 의원이 발의한 ‘과거사통폐합’ 관련 법안도 아직 철회되지 않아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의 알맹이를 들여다보면 사실상 군의문사위가 유명무실화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우선 군의문사위원장의 위상을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낮췄고, 1년 안에 250건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이해동 군의문사위원장은 “일단 올해 안 폐지되는 것을 막았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면서도 “위원장이 국방부 장관과 동일한 수준에서 조사해도 협조가 어려운 판에 차관급으로 낮춰 수사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운자 ‘군의문사 명예회복 유가족 연대’ 회장은 “유가족들 요구는 1년 연장이 아니라 군의문사위를 영구 존속시키라는 것”이라며 “정부나 정치권이 군의문사 유가족들의 애끊는 심정을 아직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출 박수진 피디, 글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기사등록 : 2008-12-02 오전 09:56:56 기사수정 : 2008-12-02 오전 10: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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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청산 ‘역주행’…예산 핑계로 ‘난파 의도’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25192.html

 

‘과거사위 통폐합’ 논란
전문성 무시하고 통합 땐 예산 등 더 들수도
미해결 사건 ‘수두룩’ 현재 업무만도 빠듯해

 

 

» 진실화해위원회 주요 진상규명 사건·처리 현황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원회 때부터 공언했던 ‘과거사위 통폐합’ 방안이 가시화하고 있다.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 등 14명이 지난 20일 국회에 제출한 15개 관련 법률 개정안은, 현행 14개 과거사 위원회의 기능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로 합치는 것이 뼈대다. 개정안은 “예산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입법 취지라고 밝혔지만,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통폐합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관련 단체와 피해자들은 “과거사위의 역사적 상징성을 무시한 채 위원회 활동을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수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효율성 증진? 이달 말로 법정 활동기한(3년)이 끝나는 군의문사위원회는 지난 9월까지 접수 사건의 절반도 처리하지 못했다. 여당 개정안은 미처리사건을 진실화해위로 이관해 처리하자는 것이고, 이에 맞서 안규백 민주당 의원 등은 ‘활동기한 2년 연장’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국회에 낸 상태다.

 

특히 군의문사위의 경우, 다른 위원회와는 기능과 성격이 달라 통폐합 대상으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진실화해위 등이 권위주의 시대 ‘정치적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이 주된 업무라면, 군의문사위는 개별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조사해 밝히는 ‘민원’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유정 인하대 교수(법학)는 “군의문사위 업무는 부검 같은 법의학적인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무리한 통폐합이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사학)는 “위원회는 나름의 독자성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로 합치자는 것은 불순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제주 4·3사건 진상규명위의 경우, 8년여 동안 활동하면서 유해 발굴 및 보존 등 전문성을 이미 갖추고 있는데, 이를 다른 곳으로 통합해버리면 업무에 적응하기까지 예산과 자원이 더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중복 조사? 여당 개정안은 각 위원회간 ‘중복 업무’를 통폐합 필요성의 주된 근거로 들고 있다. 예컨대 ‘이수근 간첩조작 의혹사건’의 경우, 진실화해위는 “공권력의 고문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는 결정을 내린 반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위위원회는 “이수근의 민주화운동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서로 다른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련 위원회 쪽은 조사 업무와 심사·보상 업무의 전혀 다른 성격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반박한다. 진실화해위는 특정 사건의 고문·조작 등 진실 규명이 주된 업무이고, 민주화운동보상위는 ‘한국사회 민주화에 기여했는가’를 판단해 명예회복과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이수근 사건의 경우, 공권력에 의한 고문·조작이 있었느냐를 밝히는 것과, 그 관련자의 행위가 민주화에 기여했느냐를 판단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며 “이를 중복 업무라고 지적하는 것은 억지”라고 말했다.

 

 

■ 산적한 미해결 사건들 군의문사위의 사건 처리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42%에 지나지 않는다. 접수된 진정사건이 출범 때 예상치인 300건의 두 배인 600건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다른 위원회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친일재산조사위의 사건 처리율은 30%, 일제강점하동원위원회는 37%에 그치고 있다. 법정 활동기한 4년에 2년 연장이 가능해 최대 6년인 기한을 절반 이상 보낸 진실화해위는 지금까지 접수 사건의 29%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진실화해위의 한 조사관은 “현재 업무만 해도 기한 만료일까지 종료하기 빡빡한 상황인데, 다른 위원회 일까지 넘어온다면 사실상 감당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14개 과거사 위원회 가운데 실질적인 조사 업무를 하는 곳은 군의문사위 등 네 곳 정도다. 이에 따라 과거사 위원회 안팎에서는 굳이 필요하다면 실질적인 조사 업무가 끝나고 보상 및 명예회복 절차가 남아 있는 곳들부터 우선 통폐합을 고려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무엇보다 ‘신뢰의 문제’를 강조한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숨진 이들의 진상을 규명하는 건 국가의 의무이고, 애초 예상보다 진정 건수가 많으면 기간을 늘려 진상을 규명하는 게 상식적인 조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과거사위원회 활동시한 및 업무처리 현황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기사등록 : 2008-12-02 오후 02:30:06 기사수정 : 2008-12-02 오후 02:3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