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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15. 23:31

'물'님이 얘기했던 '함께 길을 걸어주던 그 장면'이죠? 저 역시 이 장면이 기억에 남더군요.

물리적으로 측정 가능한 '크로노스적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단순히 2분 남짓 수다를 떨면서 걸었을 뿐이지만, 그들이 주고 받은 대화를 떠올려보면 그들은 물리적 시간의 법칙을 뛰어넘어 '타임리프'했거나, 일종의 '카이로스적 시간'을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둘이 함께 걷는 그 순간만큼은 시간도 두 사람의 감정에 지배받고 있는 것이죠. 그 시간은 5년, 10년, 100년이 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에서도 이런 '카이로스적 시간'을 경험할 때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마 어마하게 추운날 강남역 한복판에서 택시 잡을 때, 끼니를 거르고 라면물 얹어 놓고 기다릴 때, 급하게 화장실을 찾았는데 지퍼가 안내려갈 때, 연인의 손을 꼭 잡고 집에 바래다 줄 때 등등 꼭 종교적이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엔 실제 시간과는 무관하게 흐르는 '카이로스적 시간'들이 널려 있습니다.

*이 장면을 한 다섯 번 정도 봤는데 처음 볼 땐 롱테이크인 줄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컷이 좀 있네요.

'물'님 덕분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thx.